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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이슈

'물 먹는 하마' AI, 정말 문제의 본질일까?

by 블루링스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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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구의 날

오늘 아침, 포털 메인에서 'AI는 물 먹는 하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마주했습니다. 세계 지구의 날을 맞아 'AI 디톡스 캠페인'이 벌어졌다는 소식이었죠. 인공지능 기술이 전기와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하루쯤은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제안. 환경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저는 이 뉴스가 꽤 호들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왜 하필 AI일까요? 그리고, 정말 AI가 그 정도로 지구의 자원을 '흡입'하는 주범일까요?

진짜 자원 낭비는 어디서 오는가

물론 AI가 데이터센터 냉각 과정에서 많은 물과 전기를 사용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AI만큼 자원을 소모하는 존재가 과연 AI뿐일까요?

중국, 동남아시아의 제조 공장들, 대량 생산과 대량 폐기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굴러가는 산업 시스템, 서구권을 중심으로 퍼지는 소비주의의 잔재물들—이 모두는 말 그대로 ‘산업화의 산소탱크’처럼 지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AI 채팅이나 그림 생성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대한 생산체계가 돌연 멈출까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재활용될까요? 대형 패션 브랜드의 공급망이 바뀔까요?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그 화살표가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캠페인의 태도, ‘깨어있음’의 허상

'AI 디톡스'라는 말 자체가 일종의 선언처럼 들립니다. "나는 오늘 AI를 안 쓴다, 그러니 나는 깨어 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묘한 엘리트주의적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기술을 즐기고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무심하다’, ‘너는 소비적이다’라는 레이블을 붙이는 듯한 느낌이죠.

재미로 AI를 사용하는 사람들, 창작에 영감을 얻는 사람들, 그리고 이 기술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하루의 사용을 금지하자는 제안은 ‘경고’라기보단 ‘지적’에 가깝습니다.

기술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 아닐까요?

기술,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후 예측, 에너지 효율 최적화, 탄소 배출 감축 기술 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이미 ‘해결 도구’로 작동하고 있죠. 그러니 문제의 핵심은 AI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물 먹는 하마’는 좋은 비유일 수 있지만, 우리가 진짜로 직면해야 할 건 ‘어디에서, 누가, 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직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AI를 쓰지 않든지, 플라스틱이나 1회용 용기를 쓰지 않던지, 쓰레기를 평소보다 덜 나오도록 노력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은 충분히 각자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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